<광화문>, 지명일 수도 지하철역 이름일 수도 있는 단어겠지만 나에게는 '추억' 이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즉, '광화문=추억' 인 것이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파티나 송년 파티를 할 때면 나는 항상 광화문에 있었고, 첫 여자친구와의 약속장소 또한 광화문이었다.  아직까지 많은 인생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좌절기에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시고 자책하고 후회하며 정처없이 걷다가 멈춰진 곳 또한 광화문이다.


  지금의 광화문은 물론 그때와는 많은 변화가 있다.  도로나 빌딩의 정비라던지 광화문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중앙청이라던지 좋은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음은 틀림없지만,  광화문에 관한 소식은 항상 흘리듯 언론이나 TV 방송으로만 스쳐 듣게 되다보니 발전이든 그 무엇이든 별 감흥없이 추억을 삶의 저편으로 밀어내고 있었던 것 같다.  최근 십수년 동안 나는 광화문을 가보지 못했다.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뛰어 다니다 보니 내가 갈 수 있는 공간도 그만큼 한정되어 버려서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사진을 시작하자 마자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처음 머리를 스치고 가는 형상은 신기하게도 '광화문' 이었던 것이다.  위의 사진은 카메라를 구입하자 마자 사진 생활에 있어 처음 담아 보았던 스타트 컷이다.  사진을 담기로 한다면 이보다 얼마든지 좋은 장소가 많고, 좋은 대상이 많았을 텐데 왜 하필 광화문이었을까?  그 이유는 아직도 잘 알지 못하지만, 아무튼 나의 발길은 무작정 광화문으로 가고 있었다.  아마도, 그간 잃어 버렸던 추억을 되찾고 싶어서 그러지 않았을까 라는 막연함만 있을 뿐이다.


  광화문에 다시 간다면, 그때는 사진도, 약속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 홀로 갈 것이다.  이제는 내 자신과 나누어야 할 대화가 조금은 생긴 것만 같아서 지난 추억과 진솔한 이야기를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앞으로의 추억을 위해 머리를 맞댈지도 모를 일이다.


  무분별한 집회와 집단 점거 등으로 광화문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은 분들도 더러 계시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각자에게 광화문은 어떤 의미로든 '추억' 이라는 감성을 일깨워 줄 매개체 임을 확신한다.  나에게 그러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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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19.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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