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의 분위기와 표현을 뛰어 넘는 일본 고어 영화의 수작(秀作)


전세계적으로 600만부 이상의 판매고와 3년 연속 '일본 만화 대상' 을 수상한 '하나자와 켄고' 의 베스트 셀러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 아이 엠 어 히어로 ( アイアムアヒーロー, I am a Hero, 2015 ) > 는 일본에서 이미 드라마로 제작이 되었으며, 그 열기는 영화제작으로 까지 이어졌다.  사실, 필자는 원작인 만화는 물론이고 드라마도 접해 보진 못했지만, 여러 매체의 평을 빌리자면 본 작품은 원작의 분위기를 거의 완벽하게 재현해 냈으며, 표현에 있어서는 원작을 능가할 정도라고 한다.


얼마전 국내에서도 웹툰을 원작으로 하여 큰 화제와 더불어 흥행몰이를 했던  < 부산행 (2016) > 과 원작의 경로나 장르, 기획의도 면에서 출발선상이 닮아 있는 < 아이 엠 어 히어로 > 는 < 부산행 >의 '연상호' 감독이 제작 당시 < 아이 엠 어 히어로 > 의 원작 만화를 참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 아이 엠 어 히어로 > 는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로 불리는 '시체스 카탈로니아 국제영화제',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판타스포르토 국제영화제' 에서 5관왕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어 냈다고 한다.  특히 제34회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에서는 은까마귀상을 수상한 <서울역>을 제치고 만장일치로 최우수작품상인 황금까마귀상을 수상해 화제를 불러 일으킨 작품이다.  



35세의 만화 어시스턴스 '스즈끼 히데오 ( 오오이즈미 요 )' 는 그의 소심한 성격과는 그다지 잘 어울리지 않는 사격이 유일한 취미이며 자신을 소개할 때 그의 소심함을 반증이라도 하듯 '히데오' 라는 이름의 한자는 '英雄(영웅)' 으로 쓴다며 입버릇 처럼 말하곤 하는 의기소침한 루저형의 캐릭터이다.   15년전 신인상까지 수상한 재원이었으나 현재까지 마땅한 작품이나 연재 하나 없이 어시스트 생활을 하고 있는 '히데오' 와 동거중인 연인 '텟코' 는 이런 그가 항상 못마땅하다.  어느 날,  '뎃코' 와 심하게 다투고 집을 나온 '히데오' 는 얼마 후 그녀로부터 수상한 전화를 받는다.  황급히 집으로 돌아가 얼굴이 일그러지고 기묘한 관절꺽기를 하며 달려드는 '텟코' 와 몸싸움을 하던 중 '히데오' 는 그녀를 밀쳐서 죽이고 만다.



겁에 질린 '히데오' 는 자신에게 닥친 상황에 대한 영문을 모른체 자신이 아끼는 공기총 한정과 실탄만을 챙겨 황급히 거리로 달아나지만,  거리는 이미 'ZQN (조큔)' 이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시민들이 서로 물고 뜯는 죽이는 아수라장으로 변해가기 시작한다.


  

'ZQN'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면 과거의 기억만을 간직하며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좀비' 형태의 이른자 '조큔' 이라는 기형인간으로 변형이 된다.  '조큔' 이 되어서도 일상에서 되풀이 하던 말들과 행동을 반복하며 무감염자들을 쫒아가 물어 뜯어 혈액으로 감염시키는 일에 맹목적으로 몰두하게 되는 질병이다. 



사무실로 돌아온 '히데오'는 사무실로 돌아와 보지만, 그 곳 역시 모든 직원들이 감염되어 있는 별 수 없는 상황으로 변해 있었다.  거리로 다시 나와 달려 드는 '조큔' 들을 피해 도망치다,  '히로미 (아리무라 카스미)' 라는 여고생을 만나 동행하게 된다.  필자가 이 영화를 보게된 첫번째 동기가 '아리무라 카스미' 라는 여배우이다.  일본의 배우들을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각인되어 있는 몇 안되는 배우중 한명이기 때문이다.



< 아이 엠 어 히어로 > 는 초반부부터 군더더기 없는 빠른 전개감으로 숨쉴 틈을 주지 않고 관객들을 몰아 부친다.  강렬한 비주얼과 임팩트로 무장한 거리의 '조큔' 무리씬이라든지 차량 추격씬 등에서 그 동안 일본영화에서는 거의 보지 못했던 진중한 액션을 만들어 낸 것이다.  여러분들은 이러한 액션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을 인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 아이 엠 어 히어로 > 의 감독 '사토 신스케' 는 다수의 수상경력이 입증하듯 국제적으로도 알아주는 실력파인데,  이번 작품에서 여지껏 대부분의 일본영화에서 보여졌던 유치 찬란한 B급 액션이 아닌 사실감과 난이도 있는 고감도 액션에 중점을 두었으며, '좀비' 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맹목적인 물어뜯기식의 '크리쳐 (Creature)' 가 아닌 감정을 지닌 '좀비' 의 표현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점이다.


   

또한, 주목할 만한 점은 일본의 로케이션 장소의 규제 때문에 제작기간의 60%는 한국에서 촬영되어 졌다는 것이다.  장소는 다름아닌 경기도 파주의 휴점중인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행해졌는데 일본에서는 촬영을 위해 상점가의 모든 점포를 쉬게하지 못하는 법률적 규제때문이라고 한다.  고속도로에서의 숨막히는 차량 추격씬 또한 한국인 스텝에 의해 연출되어진 결과물이며,  아웃렛에서 등장하는 'ZQN' 에 감염된 좀비역의 한국인 엑스트라만도 100명 이상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특히,  엄청난 임팩트를 선사하며 후반부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높이뛰기 조큔'역 역시 한국인 무용수인 '이용훈'이 연기했다.  필자는 '이용훈' 님 역시 또 다른 주연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보는 이에게 상당한 임팩트를 선사했기 때문이다.



줄거리로 다시 되돌아가서, '히데오' 와 '히로미' 는 '조큔' 들을 피해 달아나던 중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에선 바이러스가 소멸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후지산으로 향하게 된다.  그러나 히로미가 '조큔' 에게 물려 이미 감염이 된 보균자 임을 알게 되고,  겁에 질린 '히데오' 는 '히로미'를 두고 떠나려 하지만 그녀의 한마디에 차마 그녀를 두고 떠나지 못한다.

"히데오랑 있으면 왠지 괜찮을 것 같아..."


'히데오' 는 그녀 만큼은 '조큔' 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하며 후지산으로 다시 갈길을 재촉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히로미' 의 변이가 시작되자,  소심하고 겁많은 '히데오' 는 겁에 질려 줄행랑을 치게 된다.  뒤도 안보고 도망치던 '히데오' 는 '조큔' 의 공격을 받게 되는데 위기의 순간에 이미 반쯤은 '조큔' 으로 변이된 '히로미' 가 슈퍼 파워를 선보이며 '히데오' 를 구한다.



<부산행> 의 아쉬움을 <아이 엠 어 히어로> 의 감정 좀비로 달래자. 


은혜를 입은 '히데오' 는 '히로미' 를 두고 도망치려 하지만 차마 발길이 떨어지질 않아 그녀와 후지산까지 동행을 재차 결심하게 된다.  여기서 특이한 것은 통상적인 '좀비'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감정과 사고를 지닌 '좀비'를 '히로미' 를 통해서 등장시킨다는 점이다.  그녀는 '죠큔' 으로 완전 변이가 되지도 않을 뿐더러 상대가 악의를 품지 않는 한 해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히데오' 일행이 후지산을 향해 진친 발걸음을 재촉하던 중 쇼핑몰을 거점으로 하는 생존자 무리를 만나게 되는데,  '좀비' 영화를 보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장소가 쇼핑몰이나 백화점인 것 같다.  쇼핑몰이 여러가지 생존에 필요한 물품들을 보유하고 있어서 그런지 당골로 등장하는 요소다.  또한, 쇼핑몰부터의 전개가 필자에게 중요한 이유는 이 영화를 보게 된 두번째 동기가 이 부분부터 등장하는 '야부' 역의 '나가사와 마사미' 이다.  팬심에 꽂혀 있는 정말 좋아하는 일본 여배우이기 때문이다.


 

'야부' 를 따라 생존자 무리가 거주하고 있는 쇼핑몰에 도착한 '히데오' 와 '히로미' 는 사람들의 따뜻한 환대를 받지만 그 이면에는 무리를 이끌고 있는 '이우라 (요시자와 히사시)' 의 검은 속내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히데오' 가 지니고 있는 공기총이었다.  이를 알리 없는 '히데오' 는 '히로미' 의 감염사실을 숨긴 채 안도하며 '야부' 와 함께 '히로미' 를 돌보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도 잠시일뿐 무리의 권력을 둘러싸고 분쟁이 생기기 시작하자 '이우라' 는 '히로미' 를 인질로 '히데로' 로부터 공기총을 넘겨줄 것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히로미' 의 감염사실이 탄로나자 '이우라' 는 히로미를 향해 석궁을 발사하는데...



석궁을 맞고 쓰러진 '히로미' 를 보며 오열하는 '히데오' 는 무리의 권력을 탐하는 '백수 (오카다 요시노리)' 에게 공기총을 빼앗기게 되고,  무리의 권력 판도 역시 '이우라' 에서 '백수' 에게 넘어가 버리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지금부터 이 영화의 주도권은 내가 쥔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케릭터는 앞에서도 언급했던 한국인 무용수 '이용훈' 이 연기한 '높이뛰기 조쿤' 이다. 보기에도 섬특한 비쥬얼과 유연한 몸놀림으로 보통의 '조쿤' 이라면 불가능한 높이뛰기 를 수시로 시도하며,  생존자 무리가 거주하고 있는 옥상으로 올라가려 한다.



'백수' 의 주도하에 '이우라' 를 보복성으로 선두에 서게 하여 쇼핑몰의 지하 식량창고로 보급품을 가지러 간 사이 '높이뛰기 조쿤' 은 끊임 없이 옥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높이 뛰기를 시도한다.  1차 시도 실패, 2차 시도 실패...  아마도 '조큔' 이전에 높이뛰기 선수였던 것이 분명하다.  '조큔' 들은 과거의 기억으로만 행동한다고 했으니...



끊임 없는 시도 끝에 '높이뛰기 조쿤' 은 옥상을 오르는 데 성공하고 생존자들을 닥치는 데로 감염시킨다.  이를 피해 '히로미' 를 데리고 숨은 '야부' 는 보급품을 가지러 간 무리에게 무전기로 다급하게 도움을 구하지만....



권력을 빼앗긴 '이우라' 는 이에 앙심을 품고 통제실을 장악해 일행들을 위험에 빠뜨린다.  공기총을 다룰 줄 모르는 '백수' 와 '히데오' 일행은 '이우라' 의 복수로 일행 들을 잃게 되는데 바닥에 떨어진 무전기로부터 '야부' 의 다급한 구조 메세지를 듣게 된다.  



'야부', '히로미' 를 간신히 만난 '히데오' 는 '백수' 가 도망치며 떨어 뜨린 공기총과 탄약 조끼를 정비하여 감염된 '이우라' 의 제거를 시작으로 앞, 뒤로 몰려드는 '조큔' 들로 인해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공기총을 장전하기 시작한다.  같이 싸우던 '백수' 도 도중에 잃게 되고 '높이뛰기 조쿤' 과 홀로 숨막히는 결전을 벌이는 '히데오'.  '히로미' 는 그런 '히데오' 를 보면서 나즈막히 내뱉는다.

"히어로..."



이제 이름만 '히데오 ( 英雄-영웅-Hero )' 가 아닌 진정한 '히어로' 가 된 '히데오'.  헤아릴 수도 없는 '조큔' 의 주검을 뒤로 하고 '히로미', '야부' 와 함께 쇼핑몰을 빠져 나가면서 '야부' 는 '히데오' 에게 말한다. 

"난 '오다 츠쿠미'야"
"내 본명"


'히데오' 는 피범벅이 된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이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마치 꿈에서 깨어나기라도 하는 것처럼 화면은 페이드아웃 된다.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웰메이드(Well-Made) 고어영화


앞서도 강조한 바 있지만,  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는 단지 '아리무라 카스미' 와 '나가사와 마사미' 가 이 영화에 출연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굳이 영화에 대한 큰 기대감은 전혀 없었단 뜻이다.  그러나, 필자가 영화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중반부만 제외한다면 근올 가을에 본 모든 영화중 제일 후회 없는 영화를 봤다고 자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여배우의 존재가 아니더라도 < 아이 엠 어 히어로 > 는 관객들에게 영화가 줄 수 있는 충분한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이 영화를 주목해야만 하는 다른 이유는 한국과 일본의 협력으로 탄생한 꽤 괜찮은 영화라는 점이다.  그간 한,일간의 협력작업으로 제작한 영화중 볼만한 영화는 한국이 주(主)였든 일본이 주(主)였든 한 작품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 작품만은 유독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심정이다.  '고어물' 이라는 장르 덕에 호불호는 있겠지만 얼마전 비슷한 류의 한국영화 < 부산행 > 도 장르를 극복하고 큰 흥행을 기록했지 않은가.  개인적인 취향 차이겠지만 필자의 경우 < 아이 엠 어 히어로 > 와 < 부산행 > 중 한 작품만 선택하라면 < 아이 엠 어 히어로 > 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히로미' 의 감염에 의한 앞으로의 전개,  '야부' 와 '히데오' 의 썸, 결말 부분에서 페이드 아웃되면서 풍겨 주던 묘한 뉘앙스 등으로 은근히 속편이 나오지 않을까 필자는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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