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체의 대상으로 인물을 대하다 보면 가끔씩 형언할 수 없는 벽에 부딪힐 때가 많습니다.  현재, 모델이 취하고 있는 포즈와 표정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컨셉과 일치한가?' 또는, 컨셉을 설정해서 브리핑한 후 원하는 의도대로 진행이 되지 않을 때 '어떤 방법으로 현장을 이끌어야 하나' 등등  아직 많은 경험을 쌓은 것은 아니지만 장시간 촬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했던 샷은 단 1컷도 건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경험이 미력한 저같은 사람에겐 이러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건 모델의 역량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죠.

이러한 이유에서 '워니' 라는 분은 전문 모델이 아닌 일반인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를 쥐고 있는 사람의 의도를 잘 어루만져 주는 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촬영하는 내내 한컷, 한컷 진행됨에 따라 프리뷰도 같이 하면서 본인의 생각과 의도 역시 같이 주고 받으면서 함께 하는 시간을 아쉽게 만드는 분은 정말 찾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녀도 저와 같은 일반인이기에 취미라는 카테고리 하나만으로도 그것이 가능할 수는 있겠으나, 의지와 역량의 차이는 분병히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12년 가을무렵이었는데, 공무원이라며 자신을 소개할 때만 하더라도 그다지 큰 기대감은 없었습니다.  보통, 일반적으로 공무원이라 하면, 원칙적이고 딱딱한 이미지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데 본인 역시 다를바 없었던 터라 뻣뻣한 결과물밖에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섣불리 판단하고 만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거듭 될수록 저도 모르게 그녀에게 끌려다니게 되는 묘한 현상이 일어나더군요.  '오늘 컨셉은 이러하고 지금 컷은 이러이러한 분위기로 진행 할 겁니다.' 라고 간단하게 한마디만 던져줘도 본인의 의지대로 능수능란하게 포즈와 표정을 바꿔가며 마치 자기세계에 흠뻑 빠진양, 컨셉에 자신을 동화시키고 있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저의 스킬이 그녀의 역량을 따라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함을 절실히 깨닳게 해주었습니다.

 

저는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이므로, 결과에 대한 무게로부터는 자유롭습니다만, 그렇게 결과에 대한 자유로움만을 추구하는 사진은 아무리 취미라 하더라도 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향후, 취미에서 전업으로의 전향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한컷 한컷 담으면서 가볍게 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일반인 '워니' 같은 분은 설사 A컷 하나 건지지 못하더라도 작업하는 시간 자체의 의미가 크고 많은 생각을 던져줄 수 있는 몇 안되는 분이기도 합니다.  다시 한번 본인의 부족함을 절실히 깨닳으며, 부족하나마 열심히 작업했던 '워니' 님의 1차 촬영분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컷중 일부를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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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6.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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