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포 유> 는 영국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조조 모예스 ( Jojo Moyes )' 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멜로물이다.

 흔히, 멜로 혹은 로맨스 류의 영화가 한해에도 국내,외를 통틀어서 수없이 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다 보니 '진부하다.', '식상하다.', '뻔한 결말이다.' 같은 짐작들을 하게 된다.  맞다! '미 비포 유' 역시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뻔하고 식상한 영화일 수 있으나, 멜로는 역시 진부하게 눈물도 살짝 머금으면서 식상한 맛으로 봐야 제 맛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작품은 눈물의 소재를 진중하고 무거울 수 있는 '존엄사 [尊嚴死]' 라는 주제로 풀어간다는 점에서 조금은 일반적인 멜로물과는 차별성이 있다고 하겠다.  '존엄사' 와 '안락사' 의 차이점을 잘 구분 못하시는 분이 계실것 같아 간단하게 설명 드리자면 '존엄사' 는 최선의 의학적 치료를 다하였음에도 회복 불가능한 육체적 기능장애나 사망의 단계에 이르렀을 때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위와 가치를 지키면서 죽음을 결정할 경우, 이를 '존엄사' 라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국내에서도 찬성이냐 반대냐 갑론을박 중이며, 법적으로는 대체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 인것 같다.


  영화는 <왕좌의 게임> 에서 7왕국의 철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야심을 가진 여왕 '대너리스 타르가르옌' 역으로 열연을 펼치고 있는 '에밀리아 클라크 ( Emilia Clarke )' 가 간병인 '루이자' 역으로, 영화 <미션 임파서블3>에서 ‘토끼발’을 놓고 주인공 ‘톰 크루즈’와 숨 막히는 대결을 벌인 악당역의 '샘 클래플린 ( Sam Claflin )' 이 전신마비 환자인 '윌' 역으로 출연한다.  영화가 끝날 무렵 필자는 '에밀리아 클라크' 라고 하는 배우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물론, <왕좌의 게임> 에서의 그녀도 나쁘진 않았지만 <미 비포 유> 만큼은 절대 아니리라.


 'Me Before You' 는 '당신을 만나기 전의 나' 라는 뜻으로 대충 해석이 되는 데,  이 의미는 영화의 크래딧이 올라갈 때쯤 감정이입이 충만한 관객들에게 주인공인 '루이자' 와 '윌' 의 입장에서 받아들여지는 관점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전도유망한 31세의 사업가 '윌' 은 출근 전 여자친구와 작별키스를 나누고 즐겨타는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려 하자 여자친구는 비가 많이 온다며 만류한다.  오토바이를 타지 못하게 되서 아쉬워 하는 '윌'은 문을 나서면서, 비로 인한 약속차질이 우려되자 택시를 잡다가 전화통화를 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는 '윌'


 구수하고 촌스런 영국식 발음을 구사하며 당골손님 들의 까다로운 주문도 능수능란하게 처리하는 대기만성형 '루이자' 는 6년째 '버터 번' 카페에서 여 종업원으로 일하던 중, 카페의 상황이 안좋으니 카페를 페업하게 됐다는 주인의 말에 실망하게 된다. 이런 청천벽력이 있나!! 요즘 같은 불경기에 실직이라니...., 크게 낙심한 '루이자'는 아쉬움을 뒤로 한채 카페 문을 나서 쓸쓸히 집으로 향하게 된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루이자' 의 실직에 대해 가족들은 걱정을 하면서도 모두 잘 풀릴 것이라며, 그녀를 위로하지만 '루이자' 의 걱정과 부담은 쉽게 사그러지지 않는다.  '루이자' 는 위로받기 위해 남자친구를 찾아가지만, 자기 자랑과 훈계만 늘어놓는 그가 별 도움이 되지 못하자 직업소개소를 찾는다.


 카페에서 종업원으로 일했던 경력이 전부인 그녀에게 맞는 일자리가 있다는 것은 힘들 것으로 보였으나, 마침 새로 구인된 자리가 있다는 소식에 '루이자' 는 희색이 만연해진다. 어떤 경력도 스펙도 요구치 않고 월급도 많은 어느 대 저택의 간병인 일이라는 말에 그녀는 무조건 자신이 그 일을 하겠다고 지원한 후, 면접 준비를 위해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엄마의 인생면접 의상이라는 아주 촌스럽지만 나름 점잖은 정장을 입고 대 저택을 방문한다.

 반갑게 맞이하는 '윌'의 어머니는 경력도 없고 유난히 수다스러운 '루이자' 가 어떻게 간병인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면서도, 활발하고 거침없는 그녀의 성격을 마음에 들어 하며, '윌' 에게 그녀를 소개한다. 


 사고를 당해 전신마비가 된 '윌' 은 뭐 하나 잘하는 것도 없는 데다가 엄청나게 수다스러운 '루이자' 를 성가시고 귀찮게 생각하자, '루이자' 는 가능하면 그가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그의 앞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뒤에서 도우려 노력한다.

 그런던 중 '윌'에게 '전 여자친구'가 방문하게 되어 '루이자' 는 그녀에게 궁금하던 것 들을 물어 보지만 '윌' 의 사고 후 자신은 그에게 해볼 만큼 해봤다며, 지쳤다는 하소연과 함께 말한다.

상대가 도움받고 싶어해야 도울 수가 있죠.

 물론, 2년전 부유한 가정과 잘나가던 사업, 잘생긴 외모, 모델도 울고 갈 여자친구 소위 말하는 가질 것 다 가졌다는 그가 교통사고로 인해 척주마비가 되면서 겪었을 좌절과 상실감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윌'은 스스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심과 자신에 대한 모멸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마음을 닫은 것이다.  


 영화에서는 전 여자친구가 대응하는 '윌'의 변화에 대해서 조금은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당신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곁을 끝까지 지켜줄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한 현실 적인 문제는 아무리 '사랑' 을 전제로 하더라도 쉽게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삶은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의 냉정함에 대해 관객들 역시 그녀에게 쉽게 돌을 던지지는 못 할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렇듯 굳게 마음을 닫고 있던 '윌' 은 '루이자' 의 가식적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바라보고 옆을 지켜주는 그녀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인생의 가장 소중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루이자' 가 '맨체스터' 에서 패션공부를 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는 말을 들은 '윌' 은 인생은 한번 뿐이라며 말한다.

최대한 열심히 사는게

삶에 대한 의무에요!

 '루이자'는 우편물을 확인하던 중 '윌' 의 부모님이 '윌' 의 결정으로 6개월 후 스위스의 한 병원에서 '존엄사' 를 시행하기로 한 것에 대해 언쟁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된다.  크게 좌절한 '루이자'는 그 충격으로 인해 간병인을 그만두려고 하지만, '루이자' 의 여동생은 그 결정이 '윌' 의 결정이라면 존중하고, 그에게 주어진 6개월 남은 시간을 특별하게 해줄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보라고 권유한다.  '루이자' 는 버킷리스트로 남은 시간만이 아닌 그 이상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윌' 의 결심을 바꾸기 위해 계획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이에 '윌' 의 부모님도 그렇게 해서 '윌' 의 결심이 바뀔수 만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윌' 의 부모님 역시 그가 결심을 바꿔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윌' 이 너무도 확고히 자신의 결정을 고집하여 상심하고 있던차에, '루이자' 의 계획으로 인하여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걸어 보기로 한 것이다. 


 '윌' 은 '루이자' 의 계획에 따라 경마장에서 사람들과 섞여 마권을 사보기도 하고, 멋진 정장을 차려입고 함께 연주회에도 가는 한편, '루이자' 의 생일에는 그녀의 가족들과 생일파티를 하며 저녁을 같이 하기도 한다. 그러는 동안 '루이자' 는 자신도 모르게 '윌' 의 간병인이 아닌 여자로서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깨닳는다.  


 '윌' 은 "당신에게 할 얘기가 있어요." 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이에, '루이자' 는 "나도 알아요! 당신이 원한 인생은 아니지만, 내가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게요."라며 '윌' 의 마음을 돌려보려 하지만, "아뇨. 이렇게 사는 것도 괜찮을 수 있겠죠. 하지만 내 인생은 아니에요. 달라도 너무 달라요. 당신은 예전의 날 몰라요. 난 내 인생을 사랑했어요. 진심으로요. 난 이 삶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라며 일축한다.

그거 알아요? 아침에 눈을 뜨고 싶은 유일한 이유가 당신이라는 걸

 결국, '루이자' 는 '윌' 의 선택을 받아들인다. 그에게 결코 가벼운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미 비포 유> 는 누구나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음을 이야기하면서, 그것이 진중한 고민과 판단 끝에 내린 결론이라면, 이를 존중하고 '놓아주는 것' 도 사랑의 한 모습이라 말한다. 


 '윌' 을 떠나 보낸 후 몇 개월 뒤 '루이자' 는 프랑스 파리의 한 노천카페에서 그가 남긴 편지를 읽는다.  편지를 통해 '윌' 은 평생 놀고 먹을 만큼 넉넉하진 않지만, 새롭게 출발할 정도의 새출발 자금을 남겨 놓았으니 인생을 거침없고 담대하게 살아가라고 당부하며 남겨진 그녀를 걱정한다.

당신이 슬퍼지는 건 싫으니까,

그냥 잘 살아요.

그냥 살아요.

내가 매순간 당신과 함께 할 테니...

 <미 비포 유> 는 이렇듯 새드엔딩으로 끝이 난다.  멜로영화는 무조건 해피엔딩이야 하면서 멜로를 정의하셨던 분들에게는 생소하고 다소 불쾌한 결말일지는 모르지만, 엔딩을 차별화 함으로써, 영화 전반에 깔린 '안락사' 라는 무거운 주제에 대해서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만약,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삶인가요, 아니면 죽음인가요?

 필자는 영화의 크래딧이 올라가면서 '루이자' 역을 맡은 '에밀리아 클라크' 에 대해서 깊은 인상을 갖게 되었다.  마치 그녀의, 그녀를 위한, 그녀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처럼 그녀는 영화 전반에 걸쳐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던 매력을 뽐낸다. 그녀의 차기 작품을 간절히 기대해 본다.


사지가 마비된 젊은 남자가 다시는 예전처럼 살지 못한다는 걸 깨닫고 삶을 끝내 달라며 부모님을 설득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솔직히 나는 엄마이기 때문에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끝까지 싸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문제가 그리 단순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면서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봤다. '어떤 삶을 살지 결정하는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삶을 충분히 즐기며 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우리 모두가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조조 모예스(JOJO MOYES)
'미 비포 유'의 원저작자
영국의 베스트셀러 소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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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9. 28.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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