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ylor Swift  테일러 스위프트

 두번째 정규 앨범인「Fearless」(2008)와 세번째 정규 앨범인 「Speak Now」(2010)를 통해 '컨트리 (country) 음악의 젊은 피'에서 '미국의 국민 여동생 가수' 반열에 오른 Taylor Swift의 네번째 정규 앨범. 사실 이 앨범 발매 전 싱글로 선(先)공개되었던 곡 중 하나인 <We Are Never Ever Getting Back Together>가 그녀의 최초 싱글 차트 1위곡이 되면서 이 앨범에 대한 기대감도 한껏 높아졌는데 (그 외에도 <Red>, <I Knew You Were Trouble>, <Begin Again>이 모두 Top 10안에 진입), 이 기대감 속에는 Taylor Swift의 음악적 변신에 대한 궁금함이 포함되어 있다. 이 노래 (및 싱글로 발매된 다른 곡들)의 스타일이 지금까지 그녀가 들려준 음악과 상당히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Backstreet Boys와 Britney Spears를 비롯, 많은 수의 팝 아이돌 가수들의 음악을 만들고 프로듀싱하며 힛트시켰던 유명 프로듀서 Max Martin이 참여한 곡 답게, 이 <We Are Never Ever Getting Back Together>는 컨트리 음악 색채가 거의 다 지워진, 그냥 듣기 좋고 달콤한 틴 팝 (teen pop) 음악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싱글이었던 (그리고 역시 Max Martin이 프로듀싱한) <I Knew You Were Trouble> 역시 전형적인 느낌의 달달한 팝 음악이다.


Swift를 컨트리 가수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사실 「Fearless」나 「Speak Now」앨범 역시 그렇게 '정통 컨트리' 음반은 아니었다. 오히려, 일반적인 팝의 요소와 더불어 록음악이나 포크 음악의 느낌도 두루 갖춘 음악이었으며, 굳이 따지자면 컨트리 음악 35에 팝적인 요소 55, 그리고 나머지 요소가 10 정도 되는 비율로 섞여 있었다고 볼 수 있었다. 

 

그 래도 어쨌든 그녀 음악의 기본이자 뼈대는 컨트리 음악이었으며, Swift 스스로가 이것을 부정한 적도 없다. 게다가 여느 팝 아이돌을 훨씬 능가하는 대중적인 인기와 엄청난 지지를 받으면서도 그녀는 여성 틴 팝 스타 특유의 화려하고 세련된 이미지보다는 수수하고 착한 이미지를 강조하고자 애썼으며, 덕분에 종종 '가식적이다'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지만 어쨌든 그 덕분에 '컨트리 음악계의 요정'이라는 이미지를 꾸준히 가져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런데, 이번 앨범에서 그녀가 시도한 변화의 폭은 상당히 크다. 이 앨범에서 컨트리의 색깔은 거의 다 지워진 채 그냥 흔적만 남은 정도이고, 팝음악과 록음악적인 요소가 전면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젠 컨트리 음악의 비율은 35에서 5 정도로 줄어든 느낌이다.

 

이러한 음악적 변화를 보고 있으니, 10여년 전 젊은 인기 컨트리 여가수였던 LeAnn Rimes가 발표했던 앨범 「Twisted Angel」(2002)가 떠오른다. 국내에는 <Can't Fight the Moonlight>라는 곡으로 유명한 가수지만, 사실 이 가수는 10대 시절 컨트리 가수로 데뷔해 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 엄청난 음반 판매고를 올리며 컨트리 음악계의 신세대 스타로 일찌감치 자리매김했던 뮤지션이다. 그런데, 영화 사운드 트랙에 삽입되었던 이 곡 <Can't Fight the Moonlight>을 신호탄으로 그녀는 컨트리 음악을 뒤로 한 채 록음악의 요소를 강화한 팝록 사운드로 전향을 시도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Twisted Angel」이었다. 게다가, 음악적인 변화 뿐만이 아니라 그녀는 수수한 '옆집 여동생' 같은 이미지를 버리고 과감한 옷차림과 패션 등을 통해 당시의 트렌드였던 '섹시한 여자 팝가수'로의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Britney Spears나 Christina Aguilera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또한, 장르는 조금 달랐지만 역시나 그러한 변신을 시도했던 가수로는 Jewel이 있다. 90년대 후반 데뷔작인「Pieces of You」(1995)와 두번째 앨범「Spirit」(1998), 그리고 3집인 「This Way」(2001) 같은 음반들을 통해 포크 음악계의 젊은 피이자 수수하면서도 아름다운 여성의 이미지를 자랑했던 그녀는 4번째 앨범인 「0304」(2003)에서 포크 음악을 뒤로한 채 달콤함과 강렬함이 적절히 섞인 팝록 음악과 더불어 기존의 수수한 느낌을 버리고 강한 화장과 화려하고 섹시한 옷차림을 갖춘 '섹시 여가수'의 컨셉으로 나타난 바 있었다.

 

그러나, 이 두 여가수는 자신들이 새롭게 시도한 음악 결과물의 퀄리티와 관계 없이 (사실 필자는 LeAnn Rimes의 「Twisted Angel」은 별로 안 좋아했고, 반면 「0304」의 경우는 상당히 만족하며 즐겨 들었다) 대 중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하면서 이미지 변신에 실패했고, 결국 LeAnn Rimes는 후속작에서 다시금 컨트리 음악을 받아 들이며 후퇴했고 Jewel 역시 팝 음악을 접고 컨트리와 포크의 요소를 강조하며 뒤로 물러났다. 또한, 과감하게 시도했던 섹시 스타의 이미지 역시 포기하고 다시금 예전의 수수하고 단정한 이미지로 회귀해버렸다. 그리고, 이러한 변신의 시도와 실패 이후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지만) 두 뮤지션 모두 변신 시도 이전만큼의 높은 인기를 다시는 회복하지 못했다.

 

이 렇듯, 한번 생성한 음악적/음악 외적 이미지를 큰 폭으로 바꾼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 부담을 감수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나 수수하고 여성스러운 (혹은 귀여운) 이미지와 그런 스타일의 음악을 했던 사람의 경우는 그 위험 부담이 더 큰 것이다. 뮤지션은 자신을 규정하는 답답하고 한정된 틀에서 벗어나길 원하지만, 그걸 소화해낼 수 있을지 없을지와 더불어 대중들이 그것을 인정해줄 지 아닐 지를 예측하기가 굉장히 힘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Taylor Swift의 변신은 어떻게 될까?


음악적으로 보면 이번 변신은 그럭저럭 성공적이다. 선 공개된 싱글들의 느낌과는 달리, 이 앨범에서 Swift는 단순히 Max Martin 식의 틴 팝 음악을 받아들이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필자의 예상보다 훨씬 더 큰 폭의 변화를 선보이는데, 틴 팝 스타일의 음악과 더불어 본격적인 록음악과 80년대 스타일의 가벼운 팝록, 발라드, 그리고 포크록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음악적 시도는 그녀의 변신이 상업적인 목적과 더불어 컨트리라는 보수적인, 그리고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 비교적 딱딱한 장르 속에서 벗어나 더 다양하고 넓은 음악을 선보이고자 하는 그녀 자신의 음악적 욕심에도 어느 정도 기인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팝 컨트리 음악, 그리고 그 음악을 통해 등극한 '국민 여동생' 자리에 만족하기에는 그녀의 욕심이 훨씬 더 큰 것 같다.


앨 범의 문을 여는 <State of Grace>는 강한 드럼 연주가 인상적인 록음악이고, 싱글로 나와서 차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둔 <Red>나 <Holy Ground> 역시 컨트리 음악의 요소가 향신료처럼 아주 살짝 가미되어 있는 전형적인 팝 록음악이다. 게다가 Snow Patrol의 보컬과 함께한 <The Last Time>은 그야말로 Snow Patrol 스타일의 감수성 어린 록음악이고 <Starlight>는 80년대 스타일의 경쾌한 팝 록음악. 반면 <22>는 앞서 이야기한 <I Knew You Were Trouble>이나 <We Are Never Ever Getting Back Together>처럼 트렌디한 댄스팝/틴팝 음악. 그나마 <Treacherous>나 <I Almost Do> 같은 곡은, 포크록 음악의 요소가 강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래도 지난 앨범들의 수록곡들과 어느 정도 비슷한 점이 있는 곡들로 큰 폭의 변화에 당황할지도 모르는 기존 팬들을 어느 정도 달래주는 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렇게 그녀는 65분이 약간 넘는 러닝 타임 동안 16곡을 꽉꽉 집어 넣으며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Deluxe Edition도 아닌 오리지널 정규 앨범이 16곡씩 들어 있는 경우는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 그리고 그 결과물들은 대체로 만족스럽기도 하다. 그리고 음악의 큰 변화와는 달리, 음악 외적으로는 섹시하고 화려한 패션을 선택한다든지 하는 갑작스러운 변화를 피하면서 예전의 이미지와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도 괜찮은 선택 같다. 덕분에 음악에 대한 그녀의 태도가 조금 더 진지해 보이는 느낌도 있고 말이다.


그 런데, 의욕이 너무 지나친 느낌도 없지 않다. 그녀는 이 앨범을 통해서 원래 Taylor Swift도 보여주고 싶어하고, 팝컨트리 쪽의 가장 성공적인 여성 뮤지션인 Shania Twain도 되고 싶어하며, 거기에다가 Carly Rae Jepsen에 Avril Lavigne, 그리고 때로는 Carole King스러운 모습까지도 보여 주고 싶어한다. 잘 알고 지내는 한 음악 평론가의 말씀처럼, 확실히 다른 컨트리 가수들과 비교해서 '버터끼가 덜한' Swift 인지라 이런 다양한 모습을 그런대로 무리 없이 소화하고 있지만 그래도 <Treacherous> 같은 담담한 음악 뒤에 바로 트렌디한 댄스팝인 <I Knew You Were Trouble>이 붙어 나오는 이러한 다양함은 사실 앨범을 듣는 내내 좀 '얼떨떨한' 감정을 안겨준다. 냉면도 조금 먹고 갈비탕도 약간, 거기에 샐러드와 돈까스도 같이 조금씩 먹으면 좋긴 한데 그렇게 먹다보면 뭔가 입안이 차가웠다 뜨거웠다 부드러웠다 딱딱했다 하다 보니 얼얼해지는 그런 느낌이랄까.


일단, 마냥 담백하고 수수한 (척 하는) 이미지의 '국민 여동생'이던 Swift가 이 앨범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인 열의를 표현하는 것에는 분명 성공했다. 하지만 이렇게 넓게 이것저것 건드려 보았으니 이제는 어떤 식으로든 수습을 하고 한 방향에 집중을 해야할 텐데, 앞으로 어떤 방향의 음악과 이미지를 선택할 지 상당히 궁금해진다.


    Taylor Swift - Red (2012)

    1. State of Grace

    2. Red

    3. Treacherous

    4. I Knew You Were Trouble

    5. All Too Well

    6. 22

    7. I Almost Do

    8. We Are Never Ever Getting Back Together

    9. Stay Stay Stay

    10. The Last Time (feat. Gary Lightbody of Snow Patrol)

    11. Holy Ground

    12. Sad Beautiful Tragic

    13. The Lucky One

    14. Everything Has Changed (feat. Ed Sheeran)

    15. Starlight

    16. Begin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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